altair의 프로젝트 일기
리눅스 민트 설치 후기 2 본문
마지막으로 글을 쓴지 거의 한달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기말고사 시즌이라 시험 준비에 바빴기 때문이다.
그동안 리눅스 민트를 쓴 경험을 다시 한 번 다루고자 한다.
그동안 별로 안썼다
리눅스가 대단하고 매력적인 것도 맞고 리눅스 민트가 우아하고 빠른 것도 맞지만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안쓰게 되었다. GRUB 화면에서 윈도우를 선택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코딩할 때는 리눅스에 있는 것들이 모두 있고 더 편한 환경들도 제공되는 맥을 썼다. 한 달여 기간 동안 리눅스 민트를 쓰면서 느꼈던 리눅스만의 단점을 (정확하게는 리눅스 민트의 단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굳이?
리눅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사실 '리눅스만'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언제나 '리눅스도' 할 수 있는 것들만 있다. 오히려 '리눅스라' 못하는 일들이 있을 뿐이다. 특히 요즘처럼 코딩이 아닌 시험공부를 할 때는 굳이 아래에서 후술할 단점을 갖는 리눅스 민트를 윈도우나 맥 대신 써야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고작 pdf나 워드 문서들이나 읽고 외워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터미널이나 패키지 관리자가 무슨 의미를 갖는다는 말인가?
그나마 pdf 같은 문서 파일들이 빠릿빠릿하게 열리는 것은 봐줄만 했다.
버그가 많다
이번 학기 기말고사는 대부분 과목이 줌 앱으로 영상을 켜고 나를 찍는 동시에 컴퓨터로 학교 홈페이지로 들어가 문제를 풀고 인터넷으로 제출하는 형식이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리눅스 민트를 사용할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단지 시험 상황에서 감독과 채점에 예외적인 상황을 일으키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버그의 위험을 안고 시험을 치르고 싶지 않았다.
드물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프리징이 발생하거나 열려야할 프로그램이 재부팅하기 전까지 열리지 않고는 했다. 게다가 거의 항상 부팅 후 바탕화면이 나타나기까지 15초에서 30초까지 걸리고는 했다. 메인보드가 제대로 호환되지 않거나 그놈 환경을 불러오는데 오류가 발생하는 것 같다. 시험 중에 언제 어떻게 컴퓨터를 재부팅 할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데 이렇게 불안정한 부팅 환경 속에서 시험을 치를 수는 없었다. 한 마디로, 신뢰하기 어렵다.
백업이 어렵다
조금은 개인적인 이유다. 나는 백업을 이중, 삼중으로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NAS와 기타 저장장치들을 쓴다. 가장 중요한 데이터들이 저장된 맥은 타임머신으로 나스에 실시간 백업을 하고 있다. 윈도우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번 프로젝트 과제가 그런 종류였다)을 돌리는데 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맥에서 작업하고 깃헙에 올리기 때문에 윈도우에서 따로 백업을 할 이유는 없다. 그 외에 NAS에 있는 대용량 파일을 다루는 작업이나 게임하는데 윈도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윈도우 환경을 백업하지는 않고 있다. 그럴 공간도 없고.
리눅스 민트에서 했던 일들은 중요한 것들이었다. 환경에 빨리 익숙해지고 싶고, 더 가벼운 Vim같은 에디터를 쓰기 위해 리눅스에서 과제 몇 개를 진행했다. 코드들은 깃헙에 백업할 수 있었지만 코드들을 포함해 리눅스 환경의 설정들과 에디터의 설정들도 어딘가에 백업하고 싶었다. 리눅스 민트는 TimeShift 라는 백업 솔루션을 제공한다. 타임쉬프트를 사용하면 연결된 저장장치 중 하나에 현재 운영체제의 모든, 아니면 원하는 파일들을 백업할 수 있다. rsync를 사용한 백업인데, 맥의 타임머신이나 윈도우의 백업과 같이 정해진 시간마다 파일들을 스냅샷으로 백업하고 원하는 개수의 백업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불편함은 다름아닌 NAS와의 궁합이었다. NAS를 외장 하드와 같은 위치에 마운트 했음에도 타임쉬프트는 이를 잡지 못했다. 오직 USB 메모리나 외장 하드만 인식할 뿐이었다. 노트북에서 뜯어낸 SSD가 하나 있었지만 128기가나 되는 용량의 SSD를 고작 40기가 남짓되는 리눅스 환경의 백업을 위해 쓰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용량의 USB 메모리는 쓰기속도가 너무나도 느려서 모두 백업하는데 7시간이 넘게 걸려서 포기했다. NAS에 백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주 작업 환경으로 쓰든데 있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기 어렵다
사실 위의 문제는 저장 장치 종류에 달린 문제였다. 돈을 더 쓴다면, 위험을 더 감수한다면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동시에 백업 방법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대학생 혜택으로 오피스 365를 무료로 구독중이고 여기에는 원드라이브 1테라도 포함되어있다. 내 모든 대학 관련 자료들은 여기에 1차적으로 저장하고 2차적으로 NAS에 아카이브한다. 이 원드라이브를 리눅스 민트에서 쓸 수 있다면 NAS에는 일일이 옮겨야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파일 백업의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었다.
리눅스에서 원드라이브를 사용하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단지 아주 치명적인 단점을 감수하기만 하면 된다. 일단 실시간 동기화가 지원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할 때만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가 없다. 동기화시에 모든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모든 파일을 업로드한다. 내 원드라이브는 거의 대부분 문서와 사진들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30기가를 넘지 않는다. 1테라의 전체 용량에 비하면 작지만 리눅스 민트가 설치된 128기가 SSD에 모두 저장하기에는 꽤 부담스럽다. 현재 설치된 50기가에 20기가 원드라이브 파일들까지 합치면 남은 용량이 얼마 없게 되는 것이다.
원드라이브 웹 페이지를 일일이 방분하면서 파일들을 손수 동기화 할 수도 있지만, 파일의 파편화와 버전 관리의 불편함 떄문에 도저히 이런 방법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론
컴퓨터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써보지도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GCC를 포함한 첨파일 환경을 구성해본다거나, vim으로 설정파일을 만지작거리거나, 여러 패키지들을 설치해보는 경험들을 통해 리눅스, 더 나아가 운영체제가 어떻게 구성되고 돌아가는지 배우는 것은 중요하고 나름 재미있다.
하지만 교육이나 특수한 목적이 아닌 장기적이고 범용적인 실 사용에 있어서 리눅스는 그리 썩 편안하지 못하다. 윈도우처럼 PC시장의 표준으로 군림하며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예 처음부터 윈도우를 고려하고 만들게 하거나 맥처럼 철저히 폐쇄적으로 하드웨어 몇 개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까닭으로, 리눅스는 내 입장에서 항상 불안한 운영체제다.
내가 SMB나 FTP만 사용하여 파일을 주고받는 서버 역할의 컴퓨터를 구성한다면 고민도 없이 데비안 기반 OS를 설치할 것이다. 친구들끼리 접속하는 작은 게임 서버를 만든다면 이 역시 우분투나 아치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아주 적은 몇 가지 일들만 '잘'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아주 많은 종류'의 일들을 성능은 그럭저럭일지 몰라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면 리눅스 진영의 OS를 선택하고 싶지 않다.
간간히 성능 비교 등을 위해 다른 환경이 필요할 때나 리눅스 민트를 켤 것 같다. 온전히 리눅스 민트만 쓰기에는 윈도우와 맥에 너무나 많은 편리함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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