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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 민트 설치 후기 1

altair823 2021. 12. 5. 13:16

리눅스 민트

라즈베리파이를 저번 겨울 내내 주물럭 거렸다. 처음에는 정말 어색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리눅스의 터미널은 온갖 오류들을 잡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며, GUI가 없는 라즈베리파이 OS Lite의 폴더들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말 친숙한 도구가 되었다. 라즈베리파이와 구르다보니 어느 새 리눅스가 익숙해졌다.

이번에 어머니가 새로 노트북을 장만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이 내 손에 들어왔다. 언젠가 리눅스 계열 운영체제를 제대로 써보고 싶던 나는 그 구형 노트북에 여러 OS를 깔아 사용해보았다. 우분투부터 시작해서 데비안, 아치 리눅스까지 깔아 사용해봤다. 노트북 사양이 낮다보니 우분투 같이 비교적 무거운 OS는 사용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아치를 쓰자니 그동안 데비안 기반인 라즈비안만 써왔던 나에게 아치는 너무 어려웠다. AUR는 굉장히 흥미롭고 아치를 써보고 싶을만큼 매력적이었지만 대학 과제와 여러 중요한 작업들을 당장 해야하는 나는 어쨌든 그렇게 지원이 불안정한 OS를 사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게다가 아치에 그놈을 깔아 쓰자니 이게 우분투와 다른게 뭔지 싶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온 것이 리눅스 민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리눅스 민트를 내 데스크탑에도 설치하게 되었다. 내가 리눅스 민트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익숙하다.
  2. 여태 'sudo apt'를 터미널에 주구장창 타이핑해 온 내 입장에서 같은 패키지 관리자와 저장소를 쓸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했다. 새로 무언가를 처음부터 배우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당장 해야할 일들도 남았고 무엇보다 데스크탑을 반드시 사용할 일들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pacman이니 yam이니 하는 것들을 새로 배우는 시간을 갖기 싫었다.
  3. 많은 사용자.
  4. 물건의 사용자가 많다는 것은 그것이 가장 좋은 물건임을 뜻하지는 않지만 절대 나쁜 물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룰은 특히 소프트웨어에 깊이 적용되어 왔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많은 개발자가 참여하고 오픈소스 프로그램 입장에서 이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프로그램의 퀄리티는 많은 기여가 좌우한다. 또한 사용자가 많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물어볼 선생님들도 많다는 것을 뜻한다. 리눅스 민트는 비교적 인기가 많은 배포판에 속한다. 이런 조건에 적절히 부합했다.
  5. 비교적 가볍고 빠르다.
  6. macOS를 사용하면서 불만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버벅임이었다. 물론 많은 프로그램들이 백그라운드에서 항상 돌아가고, 자주 재시동하지도 않으면서, 성능이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인텔의 노트북 CPU가 탑재된 내 맥북의 버벅임은 받아들여야하는 트레이드 오프였다. 하지만 인정한다고 해서 맥북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니, 항상 안정적이고 빠른 시스템을 욕망해왔다. 바닥부터 새로 쌓을 수 있는 리눅스를 설치하는 김에 빠릿하고 가벼운 운영체제를 써보고 싶었다. 아치도 그런 차원에서 설치해 사용해보았다.
  7. 사용자 친화적이다.
  8. 아무리 컴퓨터를 좋아하고 깊은 지식이 있다고 해도 GUI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천성이다. 인간은 역사상 단 한번도 GUI가 아닌 것을 만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터미널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모니터를 덮은 검은 화면에 초록색 글자 몇 개는 너무 불친절했다. 궁금한 것이 생겨도 브라우저 하나 켤 수 없는 TUI 환경은 내 입장에서 절대 일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당장 해야할 일이 있으니 어느 정도 희생은 하더라도 기존에 사용하던 맥, 윈도우처럼 GUI를 갖고 있기를 바랬다. 설치 후에 알게된 것들이지만 기본으로 넣어준 스냅샷 기능이나 화면 캡쳐 기능 같은 것들도 굉장히 고마웠다.
  9. 디자인이 괜찮다.
  10. 솔직히 리눅스 배포판들의 UI 디자인은 구리다. 20년 전 컴퓨터에서 가져온 것 같은 아이콘들에 차가운 작업표시줄, 뭔 듣도 보도 못한 기능들까지, 리눅스의 과거 경험들은 썩 아름답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우분투의 UI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아이콘들은 멋지지만, 내가 지금 데스크탑을 만지고 있는지, 아니면 싸구려 태블릿 PC를 만지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리눅스 민트는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꽤 괜찮은 수준의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지금에 와서는 맥을 따라한 테마들을 마구 적용해 사용 중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맥이나 윈도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세련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일주일간 사용해본 후기

솔직히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고사양 데스크탑에 어떤 OS를 깔아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민트는 빠르지만 구형 노트북에서 최신 라이젠 데스크탑으로 온 순간부터 '누가누가 빠르나요'는 더 이상 의미 없어 보인다. 뭘 해도 빠르기 때문이다.

로지텍에서 드라이버를 지원해주지 않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게이밍 마우스의 버튼에 여러 기능을 할당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정식으로 지원하는 로지텍 마우스 드라이버가 없어서 그 기능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맥과 윈도우에서는 KM 스위치를 사용해 왔다갔다 하며 잘 쓰고 있었지만 스위치 문제인지 민트에서는 그런 기능 키들이 먹히질 않는다.

연장선상의 이야기지만 이렇게 제조사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 문제가 일반사용자의 발목을 잡는다. 한글(hwp)이라는 특수한 워드 프로세서로 갈라파고스화 된 한국에서 한글 문서를 편집할 수 없다는 것은 또한 굉장히 불편함을 준다. 깃헙에 한글 문서를 편집하고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올라와 있긴 하지만 개인들이 제작하는 특성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고 지속적인 업데이트 또한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제조 기업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윈도우와는 달리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지원해주지 않는 리눅스 환경은 분명 자유롭지만 이는 마치 야생에서 자유로운 비문명인이 된 기분이다.

하지만 반대로 컴퓨터에 뜻이 있는 입장에서 리눅스는 편한 구석도 많다.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툴은 거의 대부분 리눅스를 지원한다. 패키지 관리자로 인해 설치까지 더 편한 경우도 많다. 남들이 홈페이지 찾아가서 exe나 pkg를 다운받을 때 나는 터미널에서 몇자 치면 알아서 설치까지 해주니 말이다.

공부도 많이 된다. 라즈베리파이부터 지금까지 여러 리눅스를 사용하면서 리눅스 자체에 익숙해졌고 그 장단점도 어느 정도 알게되었다. 이번에 진행한 프로젝트 과제 중에 터미널로 .java 파일을 컴파일하고 .jar로 만들어 제출하라는 교수님의 요구사항이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생소해 했고 이메일로 받은 질문도 많았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하지만 운 좋게도 터미널에서 굴러본 나는 딱히 어렵지 않게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상은 리눅스 민트 보다는 리눅스 배포판 전체가 공유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다른 배포판과 비교되는 리눅스 민트만의 특별한 구석을 잘 모르겠다. 당연하게도 일반적인 사용을 목적으로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친구가 '리눅스를 깔아보고 싶은데 어떤걸 써야할지 모르겠어'라고 한다면 가장 대중적인 우분투와 더불어 리눅스 민트를 추천해줄 것이다. 가장 익숙할 테니까. 하지만 이것만 계속 쓰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찌되었던 오픈소스인 이상 리눅스 민트를 포함한 리눅스 계열 OS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찌보면 macOS나 윈도우보다 더. 그것이 내가 리눅스를 쓰게되는 가장 큰 매력이다. 지금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더 마음에 드는 OS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옮겨갈 수 있는 자유, 그것이 리눅스를 계속 쓰게되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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