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air의 프로젝트 일기
구형 노트북에 리눅스 설치해 사용하기 본문
개요
학기가 시작하기 얼마 남지 않았다. 유닉스·리눅스 시스템 관리 핸드북이라는 책을 요새 읽고 있다. 정말로 추천할만한 컴퓨터 분야 고전 중에 하나다. 이 책의 몇 가지 예제를 따라하기 위해 아치 리눅스를 데스크탑에 설치했다. 그러던 중, 리눅스 환경을 노트북에도 설치해 밖에서 사용하고 싶었다. Vim 사용이 조금 익숙해지면서 무거운 IDE가 없더라도 충분히 원활하게 코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굳이 무거운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다면 Vim을 사용해 가볍게 밖에서도 노트북으로 코딩할 수 있지 않을까?
리눅스 노트북
그래서 내게 노트북이 없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2020년 형 맥북 프로 13인치가 있다. 마음 같아서는 이 맥북에 macOS를 밀고 리눅스를 깔고 싶다. 어떤 리눅스 배포판은 일상적인 환경에서 충분히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클라우드까지 모두 사용하는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그 생태계를 손쉽게 관리하게 해주는 맥을 한 순간 밀어버리기엔 부담이 크다.
내가 만드는 모든 과제, 문서 등은 모두 맥에서 작성되거나 저장되어 있다. 이 또한 맥을 밀기 어렵게 만든다. 허구헌날 재설치해버리는 윈도우나, 언제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은 128기가 SSD에 설치한 데스크탑의 리눅스보다 몇 년째 안정적인 컴퓨터 포지션을 꽉 잡고 있는 것이다. 다른 컴퓨터는 자주 초기화 하더라도 언제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맥북은 되도록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중이다. 마치 우분투 LTS같은 역할이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맥을 쉽사리 밀어버리지 못한다.
- 신뢰성 있는 노트북과 운영체제의 필요성
- 애플 생태계
- 공식 지원되는 리눅스 배포판이 적거나 없음
- 터치바와 그래픽, 뉴럴엔진과 같은 애플 특유의 하드웨어 드라이브를 찾을 수 없음
그렇지만 여전히 가벼운 리눅스 노트북이 욕심난다. 굳이 높은 사양이 필요하지도 않고, 심지어 과거 넷북만큼의 사양이라도 Vim만 돌아가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렇게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한 노트북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에이서 A111-31이다.
Acer A111-31
2018년 경 출시해 이젠 단종한 노트북 모델이다. (홍보로 보일까 링크를 걸지는 못하겠지만) 얼마 전부터 A111-31의 리퍼 상품을 십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사양은 다음과 같다.
- CPU: Intel Celeron N4000
- RAM: 2GB DDR4
- Storage: 32GB eMMC
- Wifi 5
- Display: 11인치 TN패널 화면
- Weight: 1.25kg
- 2 x USB 3.0, 1 x USB 2.0, SD card slot, 1 x HDMI, 1 x Headphone
이 정도면 윈도우나 메이저 리눅스(그놈 우분투 등)를 원활하게 돌리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리눅스 경량화 GUI 배포판 정도면 충분히 돌아가는 사양이다. TN패널은 조금 아쉽지만 가벼운 무게와 작은 크기, 크기에 비하면 굉장히 다양한 포트, 무엇보다 굉장히 호환성 좋은 하드웨어가 나를 사로잡았다.
물론 리퍼, 중고 제품이니만큼 배터리와 키보드, 패널의 상태가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도착한 실물 제품은 만족스러웠다. 패널의 시야각은 좁았지만 작은 만큼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배터리는 최대 충전율이 78% 정도지만 경량 리눅스로 가벼운 작업을 하면 9시간도 구동할 수 있었다(물론 이렇게 블로그 작성 정도면 4~5시간이 찍힌다). 게다가 기대했던 것보다 키보드와 터치패드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받아본 제품은 위 사진과 같았다. 두께는 조금 있지만 충분히 작고 가벼웠다. 먼저 디스플레이를 보자.
TN 패널이라 화질이 쨍하지 않다. 시야각도 그리 좋지는 않다.
기본으로 윈도우 10이 설치되어 있는데, 용량 문제로 낮은 버전이 깔려있다. 만약 이 노트북으로 윈도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려면 굉장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낮은 버전이라 보안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두고도, 남은 용량이 15기가 남짓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듀얼코어 프로세서에 2기가 램이라니... 테스트로 돌려본 윈도우도 굉장히 버벅거렸다.
내부 사진이다. 이 노트북은 3.5인치 확장 슬롯과 램 슬롯 1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원한다면 램을 교체하거나 SSD를 추가할 수 있다. SSD의 경우 128기가까지만 인식한다는 말이 있고, 해외에서 따로 케이블을 구매해 연결해야 한다. 램 또한 2400Mhz까지만 작동한다는데, 정확하게는 아직 모르겠다.
여기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팬리스라는 것이다. 저사양 CPU이기 때문에 히트파이프와 방열판만으로도 구동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운영체제?
이런 저사양 컴퓨터를 위해 여러 리눅스 배포판이 있다. 다음은 내가 고려한 목록이다.
- Lubuntu
- Xubuntu
- Arch Linux
- Puppy Linux
루분투와 주분투는 우분투를 저사양 컴퓨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데스크탑 환경을 그놈에서 LXQT와 Xfce로 바꾼 배포판이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그놈과 달리 더 가벼운 GUI 환경이다. Xfce보단 LXQT를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분투는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퍼피 리눅스는 경량 리눅스지만 라이브 부팅 환경을 메인으로 쓰고, ext4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 역시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국 루분투와 아치 리눅스만 남았다. 루분투는 역시 매우 가벼운 리눅스지만, 오피스를 비롯해 여전히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미리 설치되어 있다. 우분투 기반은 안정적이지만 LTS가 아니면 매번 새로운 버전마다 새로 설치해야 한다. 맨 먼저 설치했던 운영체제지만 생각보다 많은 리소스를 사용하는 모습에 포기하기로 했다. 세팅이 간편한 점은 굉장한 장점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아치 리눅스에 LXQT를 올리기로 했다. 아치 리눅스를 설치하면 아주 기본적인 요소들 외에 다른 쓸데없는 것들은 설치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마다 설치하며 배우는 것을 선호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쓸데없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으니 루분투보다 더 적은 리소스를 사용했다.
다음은 전원을 키고 바로 찍은 htop 상태이다. 2기가 램 중 350 메가밖에 사용하지 않는 모습이다.
위는 여러 브라우저 탭을 띄우고 터미널과 사진 파일까지 실행중인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상태다. 램을 1기가를 먹고 있지만 원활하게 잘 돌아가는 모습이다. Brave 브라우저가 아닌 Midori 같은 경량 브라우저를 쓰거나, Links, w3m 같은 터미널 텍스트 기반 브라우저를 사용하면 더욱 램 사용량을 낮출 수 있다.
위는 깔 거 다 깐 현재 디스크 사용량을 보여준다. Brave 브라우저, 입력기, 동영상 플레이어, 이미지와 PDF 뷰어, 리브레 오피스 까지 모두 설치했음에도, 윈도우만 깔았을 때보다 4기가나 적게 사용하고 있다. samba, ftp 클라이언트 프로그램과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 도구들까지 설치한 상태이므로, 사실 상 내가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이 설치된 상태인 것이다. 업데이트 안된 윈도우를 사용하느니 이 상태가 내겐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마무리
평소에 데스크탑에 여러 리눅스를 설치해 사용해봤다. 하지만 데스크탑 특성 상 밖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기에 리눅스 노트북을 향한 욕심이 항상 있었다. 이번에 싸게 좋은 리눅스 노트북을 갖게 되어 아주 만족스럽다.
윈도우에 기본적인 사무업무를 위해 이 노트북을 구매한다면 느린 속도에 굉장히 실망할테지만, 쓸만한 경량 리눅스 배포판을 찾고 그것을 설치한다면 놀랍도록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리눅스를 쓸게 아니라면 이 노트북은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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