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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isc로 아카이빙한 후기

altair823 2021. 12. 5. 13:21

짐을 정리하다가 어릴 적에 찍었던 사진들을 발견했다. 거의 800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 안에는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찍혀있었고 이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사촌 누나들의 중고등학교 모습도 찍혀있었다. 어린 시절의 내 모습 뿐만 아니라 그 시절 내 주변 또한 찍혀있었다.

평소에도 백업을 충실히 해놓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것들도 모두 데이터화 해서 믿을 수 있는 매체에 저장하고 싶었다. 이십년이 넘도록 온전하게 유지되어 온 사진들이지만, 언제 손상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리적인 형체를 갖는 한 점점 손상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고려한 저장매체들은 다음과 같다.

  1. 개인 나스

평소 학교 관련 파일들이나 프로젝트 파일들은 개인 나스에 저장하거나 원드라이브에 저장한다. 이런 파일들은 외부 개인 저장소와 클라우드, 두 곳에만 백업해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릴 적 사진들은 더욱 확실한 보장이 필요하다. 나스는 하드디스크로 돌아가는데 하드디스크는 플래터에 약간의 손상이라도 가해지는 순간 그 안의 데이터들도 보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게다가 나스 전문 제조업체의 제품이 아니라 라즈베리파이로 구동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함에 일조한다.

  1. 클라우드

클라우드는 나스보다 더 안정적이다. 멤버쉽이 유지되는 한 쉽사리 데이터가 없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멤버쉽이 소멸하면 데이터의 안정성을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생 혜택으로 오피스365에 딸린 1테라 원드라이브를 이용하는 나는, 이 데이터들을 대학생 신분이 끝난 이후에도 비용 없이 유지하길 바랬다.

  1. 자기 테이프

많은 데이터들을 아카이빙 해야하는 기업들이 쓰는 방법이다. 자기 테이프의 가격이 저렴하지만 테이프 특성 상 랜덤 액세스가 매우 느리고 어렵다. 무엇보다 레코더 자체의 비용이 무지막지하다. 괜히 일반 소비자들이 아니라 기업들이 쓰는 것이 아니다. 레코더를 파는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1. M-disc

그렇게 아카이빙 매체들을 찾아다니다가 알게되었다. 이 규격의 디스크는 화학염료에 기록하는 기존의 DVD나 블루레이와 달리 무기물 층을 직접 깎아 데이터를 기록한다. 제조사는 기존 디스크가 10년 정도의 수명을 갖는데 반해 M-disc는 약 1000년의 수명을 보장한다고 한다. 25기가 블루레이 디스크 25개 팩에 111달러 쯤 했다. 블루레이 레코더는 12만원 정도에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 디스크 자체가 물량이 별로 없어서(벌써 내가 산 곳에서는 품절되었다..) 구하는데 고생 했지만 이 정도 가격에 신뢰성이면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제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M-disc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구매

살면서 광디스크라는 매체 자체를 깊이 겪어보지 않았다. 기껏해야 어릴 적에 엄마가 DVD에 구워주는 영화 몇 편이나 골라보는 수준이었다. CD와 DVD의 차이도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을 정도니까. 그래서 25기가 블루레이 디스크를 구매해 놓고 DVD 레코더를 사는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돌아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환불한 후 블루레이 M-disc 레코더를 구매하였다.

디스크는 버바팀의 25기가짜리 25개 팩으로 구매했다. 현실적으로 버바팀 외에 다른 회사의 디스크는 구할 수 없었다.

LG에서 나온 M-disc 호환 블루레이 라이터를 구매했다.

장점

  1. 생각보다 빠른 라이팅 속도
  2. (당연하게도 아직 체감은 안되지만) 높은 데이터 신뢰성
  3. 생각보다 큰 용량
  4. 높은 공간 효율

단점

  1.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정말 느린 랜덤 읽기 속도. 사진 몇 십개를 따로 읽는 거보다 전체를 복사해와서 읽는게 더 빠를 정도.
  2. 다른 광 디스크 매체보다 느린 읽기 속도
  3. 단 한번의 쓰기만 가능(분할 쓰기는 가능)
  4. 단순한 파일 저장용으로는 높은 용량당 가격
  5. 나름 비싼 블루레이 디스크 라이터가 필요
  6. 그리고 블루레이 리더가 없으면 미래에도 읽지 못함
  7. 잘못 구운 디스크의 완전한 폐기가 어려움

총평

웬만한 파일들이 Gb단위로 노는 요즘 시대에 파일 백업용으로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평생 간직하고 싶은 사진들이나 문서들을 아카이빙 하는데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비용으로 2~30만원만 들이면 솔직히 평생 남기는 기록들을 모두 저장하고도 남을 디스크를 구할 수 있다. 제품 물량이 적어서 자주 품절나고 구하기 어렵다는 점만 고려하면 될 것이다. 필요할 때 발견하면 동나기 전에 빨리 구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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