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air의 프로젝트 일기
M-disc로 아카이빙한 후기 본문
짐을 정리하다가 어릴 적에 찍었던 사진들을 발견했다. 거의 800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 안에는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찍혀있었고 이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사촌 누나들의 중고등학교 모습도 찍혀있었다. 어린 시절의 내 모습 뿐만 아니라 그 시절 내 주변 또한 찍혀있었다.
평소에도 백업을 충실히 해놓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것들도 모두 데이터화 해서 믿을 수 있는 매체에 저장하고 싶었다. 이십년이 넘도록 온전하게 유지되어 온 사진들이지만, 언제 손상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리적인 형체를 갖는 한 점점 손상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고려한 저장매체들은 다음과 같다.
- 개인 나스
평소 학교 관련 파일들이나 프로젝트 파일들은 개인 나스에 저장하거나 원드라이브에 저장한다. 이런 파일들은 외부 개인 저장소와 클라우드, 두 곳에만 백업해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릴 적 사진들은 더욱 확실한 보장이 필요하다. 나스는 하드디스크로 돌아가는데 하드디스크는 플래터에 약간의 손상이라도 가해지는 순간 그 안의 데이터들도 보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게다가 나스 전문 제조업체의 제품이 아니라 라즈베리파이로 구동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함에 일조한다.
- 클라우드
클라우드는 나스보다 더 안정적이다. 멤버쉽이 유지되는 한 쉽사리 데이터가 없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멤버쉽이 소멸하면 데이터의 안정성을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생 혜택으로 오피스365에 딸린 1테라 원드라이브를 이용하는 나는, 이 데이터들을 대학생 신분이 끝난 이후에도 비용 없이 유지하길 바랬다.
- 자기 테이프
많은 데이터들을 아카이빙 해야하는 기업들이 쓰는 방법이다. 자기 테이프의 가격이 저렴하지만 테이프 특성 상 랜덤 액세스가 매우 느리고 어렵다. 무엇보다 레코더 자체의 비용이 무지막지하다. 괜히 일반 소비자들이 아니라 기업들이 쓰는 것이 아니다. 레코더를 파는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 M-disc
그렇게 아카이빙 매체들을 찾아다니다가 알게되었다. 이 규격의 디스크는 화학염료에 기록하는 기존의 DVD나 블루레이와 달리 무기물 층을 직접 깎아 데이터를 기록한다. 제조사는 기존 디스크가 10년 정도의 수명을 갖는데 반해 M-disc는 약 1000년의 수명을 보장한다고 한다. 25기가 블루레이 디스크 25개 팩에 111달러 쯤 했다. 블루레이 레코더는 12만원 정도에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 디스크 자체가 물량이 별로 없어서(벌써 내가 산 곳에서는 품절되었다..) 구하는데 고생 했지만 이 정도 가격에 신뢰성이면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제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M-disc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구매
살면서 광디스크라는 매체 자체를 깊이 겪어보지 않았다. 기껏해야 어릴 적에 엄마가 DVD에 구워주는 영화 몇 편이나 골라보는 수준이었다. CD와 DVD의 차이도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을 정도니까. 그래서 25기가 블루레이 디스크를 구매해 놓고 DVD 레코더를 사는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돌아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환불한 후 블루레이 M-disc 레코더를 구매하였다.
디스크는 버바팀의 25기가짜리 25개 팩으로 구매했다. 현실적으로 버바팀 외에 다른 회사의 디스크는 구할 수 없었다.
LG에서 나온 M-disc 호환 블루레이 라이터를 구매했다.
장점
- 생각보다 빠른 라이팅 속도
- (당연하게도 아직 체감은 안되지만) 높은 데이터 신뢰성
- 생각보다 큰 용량
- 높은 공간 효율
단점
-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정말 느린 랜덤 읽기 속도. 사진 몇 십개를 따로 읽는 거보다 전체를 복사해와서 읽는게 더 빠를 정도.
- 다른 광 디스크 매체보다 느린 읽기 속도
- 단 한번의 쓰기만 가능(분할 쓰기는 가능)
- 단순한 파일 저장용으로는 높은 용량당 가격
- 나름 비싼 블루레이 디스크 라이터가 필요
- 그리고 블루레이 리더가 없으면 미래에도 읽지 못함
- 잘못 구운 디스크의 완전한 폐기가 어려움
총평
웬만한 파일들이 Gb단위로 노는 요즘 시대에 파일 백업용으로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평생 간직하고 싶은 사진들이나 문서들을 아카이빙 하는데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비용으로 2~30만원만 들이면 솔직히 평생 남기는 기록들을 모두 저장하고도 남을 디스크를 구할 수 있다. 제품 물량이 적어서 자주 품절나고 구하기 어렵다는 점만 고려하면 될 것이다. 필요할 때 발견하면 동나기 전에 빨리 구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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