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air의 프로젝트 일기
중고 Thinkpad X200 리뷰 본문
개요
요 며칠 영상 편집 용 워크스테이션을 알아보고 있었다. 원래 쓰던 데스크탑이 자꾸 자기 혼자 꺼지곤 하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 게임하거나 게임하는 영상을 녹화하는 정도로는 크게 문제 없지만 작업을 하자니 생각보다 불안한게 사실이다. 프리미어나 유니티에서 작업하다가 갑자기 꺼지면 답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중고 워크스테이션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렇게 중고 장터를 돌아다니던 중, 눈에 띄는 물건을 몇 개 발견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씽크패드 X200이다.
2008년 경 한국 시장에 출시된 이 모델은 Intel Core 2 Duo를 달고 있었다. 내가 본 중고 매물은 이 코어2듀오 CPU에 2GB 램을 달고 5만원 밖에 하지 않았다! 물론 업자가 모아놓은 고물 노트북 중 하나여서 그런 것 같긴 했다. 판매자의 상황과 가격을 고려했을 때 그리 좋지 않은 품질일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씽크패드 역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모델을 이렇게나 싼 값에 팔고 있는 걸 보았다니 정말 행운이었다.
물론 원래 사려던 워크스테인션과는 하늘과 땅 차이의 성능이다. 아마 이 노트북이 몇 천대 있어야 간신히 요새 워크스테이션의 성능을 따라잡지 않을까? 게다가 발전한 GPU의 성능까지 생각하면 아예 비교조차 불가능한 격차가 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무위키의 문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긴 했다. 영상 주인은 컴퓨터공학과 학생이었는데, 오래된 씽크패드 노트북에 아치 리눅스와 해킨토시를 깔아서 쓰고 있었다.
하드웨어에 관심이 원체 많기도 했고 씽크패드에도 관심이 많았다. 더구나 컴퓨터 조립 지식도 충분하다 생각했고 저사양 노트북도 코딩이나 글쓰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X200을 중고로 구매했다. (심지어 다음 날에는 더 이전에 나온 X60s도 중고로 구매했다. 관련 글은 다음에 쓰겠다)
물건 도착
업자가 보낸 만큼 포장과 완충재는 충분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거의 일 년을 재고로 있었던 물품이니만큼 끈적한 먼지가 달라붙어 있었고 어댑터 케이블은 닦아도 닦아도 까만 때가 뭍어나왔다. 맨 처음에 확인한 안 좋은 점들을 자세히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상판은 끈적거리는 먼지가 쌓여있어서 손에 들러붙었다.
- 하판의 스티커는 너덜거렸다.
- 어댑터 케이블은 닦아도 닦아도 까만 때가 뭍어나왔다.
- 배터리는 절반 조금 안되는 용량으로 버티고 있었고 방전상태였다.
- 하드디스크 인클로저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 처음에는 부팅 시 FAN ERROR가 뜨며 팬이 돌아가지 않았다.
- 나중에 팬은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진동과 소음이 생각보다 컸다. 수명이 다한 것이다.
다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점이다.
- 키보드와 트랙포인트는 완벽하게 작동했다.
- 디스플레이는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화면을 출력했다. 가장 비싼 부품이자 가장 걱정했던 부분인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 작은 씽크라이트도 잘 들어왔다.
- 임시방편으로 HDD 인클로저 없이도 SSD를 내부 포트에 끼울 수는 있었다. 하지만 덜렁거려서 들고 돌아다니지는 못한다.
- 와이파이 차단 버튼을 해제하자(놀랍게도 와이파이를 끄는 물리 버튼이 존재한다!) 와이파이도 아주 원활하게 동작했다.
- 모든 포트가 작동했다.
- 놀랍게도 지문인식기가 우분투 24.04에서도 동작했다!
비록 보관상태도 안 좋고 여기저기 보수할 곳이 많지만 그걸 해결할 능력이 있는 나에게는 "오히려 좋아"인 부분이 많았다. 배터리와 HDD 인클로저, CPU 팬, 충전기는 알리에서 주문하고 내부도 분리해 청소했다.
분해
분해는 생각보다 쉽다. X200의 메뉴얼이 아직도 인터넷에 돌아다닐 뿐만 아니라, 제품 뒤편에 친절하게도 어떤 나사를 풀어야 어떤 부품이 분해되는지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다.
먼저 키보드를 잡고 있던 나사를 풀고 키보드를 들어내보았다.
요즘 노트북들과는 다르게 하판을 먼저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키보드부터 분리하게 되어있다. 왼쪽 위에 고장난 CPU 팬과 그 밑의 CPU 뒷면이 보인다. 오른쪽은 내가 넣은 SSD다. 위쪽으로 디스플레이 케이블과 중간에 키보드 케이블이 붙는 포트가 보인다.
팜레스트의 지문인식기도 보인다.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는 형식이다. 이번엔 밑의 팜레스트도 분리해보았다.
왼쪽 밑으로 PC카드를 넣는 포트가 보이고 아래로 사우스브릿지가 보인다. 그 오른쪽으로 인텔 무선랜과 SD카드 슬롯이 보인다. 그리고 중간에 노란 동그라미가 CMOS 배터리다. 만약 여기서 추가로 나사를 푼다면 메인보드까지 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새 팬이 도착하면 팬의 교체를 위해 그리해야 할 것이다.
성능
이전 사진에도 나와 있듯이 코어 2 듀오 2.5Ghz의 듀얼코어 CPU가 들어있다. 2.5Ghz라고 해도 45nm 이상의 공정으로 생산된 모델이기 때문에 실질 IPS는 요새 CPU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일 것이다.
램도 DDR3 2GB 밖에 없었지만, 내가 4GB짜리 두 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총 8GB가 되었다. 램 슬롯은 하판의 구멍을 열면 드러나게 되어있다.
예상했던 대로 현대 윈도우즈를 깔기에는 무리가 많다. 깔리기는 하겠지만 의미가 있을까? 해킨토시도 마찬가지다. 하이 시에라 정도는 깔 수 있을 듯 싶지만 굳이 그런 귀찮음을 감수하고 깔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Unix 호환이 필요하다면 리눅스를 까는데 더 낫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X200에 설치할만한 유일하게 현실적인 운영체제는 리눅스 계열 밖에 없다.
2.5인치 SATA SSD는 몇 개 있으니 여러 운영체제들을 설치해보았다.
- Ubuntu 24.04 LTS는 2GB의 램에서 설치가 불가능했다. 램이 부족해 프리징 현상이 나타났고 CPU가 너무 느려 이를 스스로 복구할 수 없었다. 다만 8GB로 업그레이드하자 시간이 좀 걸릴 뿐 아주 원활히 설치되었다.
- 그놈 환경도 생각보다 원활히 동작했다. 지문인식기도 별도의 절차 없이 사용할 수 있었고 기타 드라이버도 따로 잡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아마 메인 운영체제가 되지 싶다.
- Archlinux는 더욱 원활히 설치 가능했다. 심지어 램이 2GB 뿐이어도 설치에 문제가 없었다. LXQT, Sway DE환경도 정상적으로 설치되었다.
- 아치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OS를 자주 갈아엎는 내 습관상 커스터마이징 할게 많은 아치는 생산적인 일보다 정작 세팅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경향이 있다. 아마 우분투 다음으로 많이 쓰게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웬만한 저사양 리눅스 배포판은 모두 돌아갈 듯 싶다. 생각보다 코어 2 듀오의 힘이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물론 팬은 비명을 지른다. 블로그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팬이 저주파의 소리를 내며 멈추질 않는다.
마치며
요새 자극적인 재미들이 너무 쉽게 손에 들어온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 기획하고 있는 서비스와 게임도 있고 코테 연습도 해야하고... 할 일은 너무 많은데 컴퓨터 앞에 앉으면 일이 아니라 유튜브를 본다거나 게임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떤 일들은 최대한 오프라인으로 하려고 수첩과 노트들도 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예를 들면 지금처럼 블로그나 개인 위키에 글을 쓴다거나) 아마 이런 용도로 이 X200을 쓰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온 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아 명확한 용도가 정해지진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구체적인 유스케이스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앞으로 내 생산성에 기여를 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아, 그리고 앞으로 또 도착할 X60s도 리뷰하겠다. 심지어 이 제품은 도킹스테이션인 울트라베이스와 부품용으로 화면이 망가진 똑같은 X60s도 같이 샀으니 더 할 말이 많아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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