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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네이버 신입공채 Tech 최종합격 및 취준 마무리 회고

altair823 2025. 7. 2. 04:18

 이번에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멋진 건 바로 네이버에 입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입사일까지 며칠 시간이 남길래 이 참에 어떤 과정을 거쳐 합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동안의 구직 활동에 대해 회고하는 글을 써보려 한다. 

 

한 여름 밤의 꿈, 그리고 한겨울 밤의 현실

 작년 한 해 동안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활동에 최선을 다했다. 어찌나 열심히 했는지 대기업 신입 모집 몇 개 빼면 별로 지원하지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취업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 일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현재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해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게 옳았는지는 둘째치고 원했던대로 정말 많은 것을 얻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한 여름 밤의 꿈은 빠르게 지나가고, 차가운 겨울밤의 현실은 성큼 다가왔다. 12월 내내 여기저기 열심히 찔러보았지만 서류 통과조차 얼마되지 않았다. 그래도 소마 출신이라고 하면 코테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었던 내 자신이 바보같았다.

 얼어붙었다는 채용 시장에서 주저 앉아버리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작은 SI 기업에 인맥으로 지원해보기도 했고, 면접보러 가자마자 파견을 같이 나가 SQL 업무를 시키는 것을 보고 그 날로 도망쳐온 일도 있었다. 산 속 중간에 있는 회사에 몇 없는 그 지역 택시를 타고 면접보러 간 것도 기억도 난다. 오프라인 코딩테스트라고 줘서 푼 것이 스택과 큐의 차이점 기술과 버블정렬의 슈도코드 작성이었다. 순식간에 답안을 작성하고, 아직 고민 중이던 다른 지원자를 둘러봤을 때 내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사원으로서 비전을 묻는 내 대답에 SI업무를 설명하고 따로 교육이 없다는 답을 받았을 때, 내 마음은 이미 그 기업을 떠났다. 

 이 기업들에라도 취직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소마 멘토님께 상담을 요청드린 적이 있었다. 한 분은 일단 들어가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다른 구직활동을 더 해보라고 하셨다. 워낙 신입을 안뽑으니 안전한 곳에서 도전하라는 의미였다. 다른 한 분은 생각지도 못한 점을 짚어주셨다. 입사를 하면 최소 2~3년은 일을 해야할텐데, 내가 성장의 의미를 느끼고 즐겁게 임할 수 없는 직무라면 그 동안 끊임없이 후회할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니 상쾌함이 보이지 않으면 다시 생각하고, 더욱이 자사 제품을 개발하는 곳으로 가길 바라셨다. 

 첫 번째 멘토님의 조언은 큰 위로가 되었고 두 번째 멘토님의 조언은 그 이후로 기업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차라리 기준을 낮출지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을 어느 정도 걸렀던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불안감은 쌓여만 갔다. 

 

2025 팀네이버 신입 공채 지원

 여타 다른 개발자 취준생들이 그렇듯이 다시 열린 네이버 공채에 지원했다. 마치 수능 시험장 앞에서 교문에 엿과 부적을 붙이는 부모의 마음처럼, 어디라도 붙어주면 좋을텐데... 하며 지원했던 것 같다. 

자기소개서

 휴학 기간 동한 했던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작년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은 충분했다. 특히 마지막 문항은 아예 기여했던 오픈소스 프로젝트 등을 적으라고 했기 때문에 아무런 고민 없이 내 경험을 그대로 적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GPT를 쓰지 않고 작성했다. 내용이 조금 삐뚤빼뚤해도 진실하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첫 문항은 지원 분야에 대한 동기와 앞으로의 성장 목표였다. 나는 내가 만든 서비스들은 모두 대용량 트래픽을 마주하지 못했고, 트래픽을 처리해보는 기회를 얻으려 지원했다고 적었다. 

 

 두 번째 문항은 도전이나 변화를 시도했던 스토리를 묻고 있었다. 휴학 시기에 했던 Rust 프로젝트를 적었다. 부모님이 찍어오신 수 만장의 사진을 용량효율적으로 압축해 보관할 수 있도록 멀티스레드를 사용해 여러 장을 동시에 JPEG 파일로 변환하는 라이브러리였다. 여기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 문제를 명료화하여 인식하고(수 만장의 사진을 빠르고 안전하게 변환하기 어려움),
  • 이에 대한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고(인터넷에 많이 있는, 한 번에 하나씩 변환하는 온라인 이미지 변환기가 아닌 오프라인 멀티스레드 변환기),
  •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를 논리적으로 선택(C++급 속도와 로우레벨 데이터 접근, Mozjpeg 라이브러리 래퍼 존재, 새로운 언어 학습)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결과로 13개의 버전을 출시하고 지금까지 총 약 18,000회(당시 16,000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내가 세운 논리적인 접근방법이 성공적으로 결과를 도출했다는 숫자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보여주여 목표를 향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하고 끈기있게 노력해 결국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세 번째 문항은 협업 과정에서 맡았던 책임과 그 결과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에서 팀원의 잠수로 인해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생겼던 경험을 작성했다.

  • 팀장으로서 그 위기를 맞이해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MSA -> 모놀리스로 변경, iOS 네이티브 앱 -> 웹앱으로 스택 변경),
  • 위기는 어떻게 해결되었고(팀원이 다시 돌아옴),
  • 원인 분석을 어떻게 하였고(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팀원들 간 공유되지 않음),
  •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데일리 스탠드업을 도입해 현재 상태를 공유, 이를 통해 누가 어디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지, 즉 어려움을 느끼는지 확인) 적었다. 

 

 마지막으로 오픈소스 기여나 개인 프로젝트의 소스코드 등을 적을 수 있는 문항이 있었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Rust 프로젝트의 레포지토리 주소를 적고 블로그에 있는 그 개발기 등을 같이 적었다. 

 

코딩테스트

 사실 코딩테스트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지나기도 했고, 부끄럽게도 너무 자신 없는 나머지 복기조차 안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듯하다. 

 그 당시 나는 많은 지원과정 중에 특히 코딩테스트의 벽을 잘 넘지 못하고 있었다. 12월에 있었던 카카오모빌리티 지원도 2차 코딩테스트에서 고배를 마셨고, 현대 오토에버 등도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래머스로 준비를 하긴 했지만 자신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노력으로 뚫었다기보다 운과 그동안 해온 기본 코딩 베이스로 넘었지 않았을까. 

 여러 곳에서 코딩테스트를 넘은 지금에 와서는 제법 해볼만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후기들을 봤을 때, 골드~플레 정도의 실력이면 어찌저찌 통과하지 싶다. 

 

기업문화 적합도 검사

 심리학도로서 인성검사는 익숙하기 그지없다. 본질적으로 MMPI와 BIG5 성격검사의 기업용 변주로 느껴진다. 열심히 풀다보면 '어 이 문항 MMPI에 있을거 같다'던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러한 유형의 검사는 같은 의미의 질문에 상반된 대답을 하거나, 다른 의미의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하는 등의 정도를 보여주는 일관성 척도나, 무응답 척도 등을 통해 응답의 신뢰도를 계산한다. 높은 신뢰도를 위해서는 비슷한 의미의 질문에는 비슷한 응답을 보여주는게 좋으며 따라서 굳이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하는게 유리하다. 

 전공 경험을 살려 심리검사적인 측면에서 조언이 있다면 굳이 지어내려하지 말고 솔직하게 하되, 시니컬한 마인드셋이 아닌 따뜻하고 배려심있는 태도로 임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언제나 같은 무드로 지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을 위해 8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게 무능력한 후임에 대한 처분을 묻는다면 가차없는 철퇴로 응답할 확률이 높다. 반면 부대찌개 한 그릇 배부르게 먹고 등받이에 기대어 있는 사람에게 같은 내용을 묻는다면 좀 더 관용을 배풀지 모른다. 

 그러므로 이러한 인성검사를 볼 때는 자신이 좀 더 행복하고 관용적인 기분일 때의 상태를 상상하며 응답하는 것이 더 좋다. 시니컬하고 날카롭게 대답하는 것보다 협조적이고 조직친화적인 자세를 내비치는게 협업의 측면에서 볼 때 유리함은 여지없는 사실일 것이다. 

 어쨌는 기시감과 함께 검사도 마무리했다. 

 

서류/코테 결과

 

기술 역량 인터뷰(1차 면접)

 네이버의 면접 전형에 대해 쭉 찾아봤지만 이렇다 할 고정된 구조적 형태를 발견하지 못했다. 누구는 CS를 물어봤으며, 누구는 자소서를 물어봤고 등등. 그럼에도 공통적인 내용은 기술 및 인성 질문이 모두 나온다는 것이다. 기술에서는 깊이를, 인성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살펴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두 질문 모두 자소서를 검증하는 역할 또한 할 것이었다. 

 두 세션(40분)으로 나누어 기술과 인성을 검증받았다. 특히 기술 부분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인 시스템 설계 문제가 나와 처음에 많이 당황했다. 그래서 첫 문제는 헛소리를 좀 했지만 다행히 마음을 다잡고 두 번째, 세 번째 시스템 설계는 그나마 괜찮게 설계했다고 생각한다. 소마를 하면서 멘토님과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를 하며 열띤 토론을 했던 경험이 큰 배움을 안겨줬던 것 같다. 특히 그 멘토님은 시스템 설계 면접을 위한 책까지 추천해주셨는데, 그 책을 읽어본게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나처럼 아키텍처에 관심있는 사람은 정말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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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섹션은 자소서 기반 질문이 이어졌다. 딱히 과장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물 흐르듯이 진행되었다. 경험과 느낀 점에 대한 긴 꼬리질문들이 이어졌다. 돌아서서 기억하면 자소서에 적은 내용이 액면 그대로 사실인지(예를 들어 사실은 다른 팀원이 개발한 부분을 자신이 했다고 하진 않았는지), 사실이라면 얼마나 깊게 학습했는지, 그 과정에서 열정과 능력을 발휘하였는지 검증하는 인상을 받았다. 

 솔직히 여기까지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첫 번째 섹션에서 오답을 말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치만 돌아보면 오답이라도 그 오답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도출되었는지, 만약 오답임을 깨달았다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지 알아보는 듯 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종합 역량 인터뷰(2차 면접)

 2차 면접은 1차보다 더욱 백그라운드 자료가 없었다. 사람마다 묻는 말이 달랐고 기술과 인성 질문의 비율도 제각각이었다. 나는 이 말이 면접에 구조적으로 고정된 형식이 없고 지원자마다의 정보를 충분히 획득해 맞춤형으로 진행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세 가지 질문이 내게 가장 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 1차 면접에서 나온 문제에 대한 더 깊은 질문: 그나마 면접 후기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였다. 
  2. CS 및 프레임워크 질문: 자소서에 꽤 많은 기술들을 사용했음을 적어놓았다. 과거에 카카오 인턴 면접을 봤을 때처럼 각 기술에 대해 얼마나 깊이있는 학습을 했는지 검증할 것이다. 
  3. 자소서 경험에 대한 더 깊은 검증

준비

 많은 취준생이 면접 스터디를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나는 면접 스터디에 대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소마 멘토님들과 짧게나마 지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학생들과 현직자의 생각의 괴리는 예상보다 정말 크다는 것이다. 정말 오래 신입사원 면접을 담당하셨던 멘토님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토론 면접을 진행하면 가끔 한두 명의 지원자가 다른 지원자들을 화려한 말빨로 압도하며 토론 전체를 휘어잡는 경우를 본다.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 넣고 기어이 판정승을 이끌어낸다. 그 지원자는 면접을 굉장히 잘 봤다고 여기며 돌아가겠지만, 회사는 바로 그런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해 토론 면접을 준비한 것이다. 우리는 반대편 상대방과도 함께 일하는 사람을 뽑고 싶다. 

 이런 단적인 예시에서도 지원자와 회사의 관점 차이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론 현직자기 포함되지 않은 면접 스터디에 참여하지 않고 싶었다. 

 대신, Gemini를 사용한 면접 준비를 했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채팅으로 제미나이와 대화했다. 자소서나 사용한 기술들을 나열하고, 그와 관련된 꼬리질문들을 계속하고, 내 답을 평가하고 고치도록 했다. 

AI와 떠든 예시

 주로 1차 면접 때 나온 기술 질문들을 더욱 깊게 다루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예전 카카오 인턴 면접 때 매몰차게 털렸던 스프링 또한 연습했다. 내가 자소서에 쓴 프로젝트는 자신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교적 적게 연습한 것 같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개인 프로젝트였고, 소마 프로젝트는 내가 유일한 백엔드 개발자라 아주 높은 기여도를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선택이 실수였다. 

 

실전

 정작 면접에 들어가자 열심히 준비한 기술 질문들인 1, 2는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굉장히 심도있는 질문들이 들어왔다. 

 특히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와 DB 등에 관해 굉장히 깊게 질문하셨고, 주요 비즈니스 로직의 이론적 배경도 잘 알고 있는지 검증이 들어왔다. 내 오픈소스 프로젝트 관련해서도 질문하셨다. 인성 질문은 20~30%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러한 질문들 대부분 마지막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끝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인성 질문들은 다 분위기 좋게 대답해놓고도 면접을 굉장히 못봤다고 생각했다. 면접관님들의 마지막 피드백 또한 부족한 기본기와 관련된 내용이라 정말 충격받았다. 

 당시에는 정답을 맞추지 못하거나 말귀를 못알아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중에는 내가 기술적인 소통이 잘 안되는 것 같기도 했다. 면접이 끝나고 나는 점심 식사를 먹으러 밖으로 나가는 직원들을 보며 네이버 로비 소파에 누워 충격받고 지쳐 누워있었다. 근사하게 이야기하며 돌아다니는 직원들을 보며 한 편으로는 부럽고 다른 한 편으로는 더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약 한 달이 지나고 면접 결과 및 최종 결과가 나왔다. 

 

2차 면접 회고

 지금 생각해보면 기술 질문을 해보며 내가 어디까지 파고들어봤는지 테스트해보셨던 것 같다. 그리고 인성 질문을 통해 열정이나 성장 가능성, 협업 능력 등이 충분히 어필되었던 것 같다. 특히 심리학과 출신으로 이런저런 어려움에도소마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았다. 

 또 질문들의 깊이에서, 내 리포지토리를 대부분 살펴보고 오신 것을 알 수 있었다. 블로그도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내 열정이 그렇게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 

 뭐... 면접이 항상 그렇듯, 그리고 누가 말했듯, 이렇지 않으면 붙은게 이해가 안된다 ㅋㅋㅋ

 

취준을 마치며

 가끔 다중우주처럼 달라져 뻗어나가는 내 미래를 꿈꾸곤 한다.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지방대에 간 나와 인서울 대학에 간 나를 각각 상상하곤 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미래가 불확실한 요즘도 비슷한 상상을 하고는 했다. 한 쪽에서는 손에 커피를 들고 근사한 IT 대기업 개발자로서 동료들과 로비를 거닐고 있다. 다른 한 쪽에서는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야근하는 모습,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늘어가는 나이에도 아무런 직장에 들어가지 못한 내 모습이 떠오른다. 

 어떤 모습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들을 내가 원하는 순서대로 줄세울 수 있다는 것이고, 또한 그것들의 차이는 제법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미래는 그 중 반드시 하나가 존재한다. 

 취업 준비가 악랄하고 가장 두려웠던 이유는 취업 준비가 바로 결과절대주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열심히 노력했으니 67%의 대기업 개발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별로 노력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지식들을 알고 있으니 자격증의 35%만 인정해주는 경우도 없다. 내가 쏟아 부은 노력이 단지 실패라는 단어 하나로 점철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럼에도 운 좋게 네이버에 입사함으로써 개인적으로 내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일이 내 인생의 최종 목표도 아니고 앞으로도 수 많은 도전과 실패를 마주할테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나를 도와주는 좋은 사람들과 운 좋게도 내게 주어진 환경, 그리고 내 노력이 있다면 앞으로도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내 스스로 부끄러워질만큼 열심히 노력하고 계시다는 것을 안다. 그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었노라고 소리칠 수 있을까? 아마 영원히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겸손함을 마음에 품고 더욱 정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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